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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호응한 드라마 '김 부장 이야기'…회사·가정서 외로운 중년 주인공
류승룡 능청스러운 연기…대기업·50대·부동산 등 일상 소재 몰입도 높아
"기성세대 비애·젊은층 고민 담겨…세대 간 소통에 도움"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고가혜 기자 = 주말이면 상사를 모시고 골프장에 나가 쉴 새 없이 손뼉을 치고, 주중에는 부서원들에게 보고자료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고 잔소리한다.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어쩐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 자리는 없는 것만 같다.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는 어쩐지 우리 주변에서 본 것 같은 중년의 '꼰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주인공 김낙수(류승룡 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가 한 번도 진급 누락 없이 부장 자리에까지 오른 25년 차 직장인이다.
이제 다음 목표는 상무.
임원 자리에 어울릴 값비싼 서류 가방까지 골랐지만, 마음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옆 부서에는 늘 실적이 밀리고, 부서 직원들은 자기와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듯하다. 만년 과장이던 동기는 지방으로 밀려났다가 도와달라며 낙수의 옷자락을 붙든다.
게다가 하나뿐인 아들은 아버지처럼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스타트업 입사를 선언한다.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부장 이야기'의 주요 배경은 대기업,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다.
그렇다고 첨예한 사내 정치를 묘사하거나 특정 직무의 전문성을 살린 직장 드라마는 아니다.
회사라는 배경은 시청자들이 좀 더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드라마 원작자인 송희구 작가가 실제로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쓴 이야기여서 곳곳에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김 부장이 직원들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자며 탕비실에서 커피믹스를 타 주거나, 만년 과장인 동기를 챙기려고 다른 직원들에게 고과를 양보하라고 말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3) 씨는 "드라마 속 캐릭터는 물론이고 고과, 지방 발령에 대한 두려움 등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정말 많다"며 "주변에선 너무 공감될까 봐 무섭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주인공으로 50대 남성을 내세운 점도 독특하다.
여느 오피스 드라마에선 갓 사회에 나온 인턴이나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적응기를 보여준다면, '김 부장 이야기'는 50대 부장의 시선으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
김 부장은 한창 바쁠 때도 반차를 쓰는 '요즘' 후배들이 못마땅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와도 고마운 줄 모르는 가족들에게 섭섭하다.
어느새 눈을 돌려보니 자신이 무시하던 전문대 출신 옆 팀 부장, 동네 한량 같더니 월세 3천만원을 받는 건물주가 된 동창까지 모두 자기보다 앞서나간다는 두려움도 있다.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50대의 불안감에 괜히 큰소리를 쳐보지만, 그럴수록 젊은 세대와는 멀어지는 모습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주인공은 아들하고도, 직장 내 어린 연차 직원하고도 전혀 대화가 안 된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젊은 시청자는 기성세대의 비애를, 나이 든 시청자는 젊은 세대의 고민을 볼 수 있다. 세대 간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동산도 이 드라마 속 재미의 큰 축이다.
제목에서부터 '서울 자가'를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김 부장은 서울에 구축 아파트 하나를 소유하고 있고, 그게 큰 자부심이다.
아내(명세빈)가 로봇청소기를 쓰기 위해 문턱마다 경사로를 설치하는 모습에서 구축아파트라는 점이 재차 강조된다.
극 중 서울 강남·서초의 비싼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반포 리버 팰리스라는 가상의 고급 아파트도 등장한다.
직속 상사인 백 상무도, 눈엣가시 같은 옆 팀 도 부장도 모두 이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산다. 김 부장은 남몰래 이 아파트 가격을 검색해보고 열패감에 휩싸인다.
이처럼 대기업, 50대,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묶어낸 것이 공감대를 넓혔다.
송희구 작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소설을 쓸) 당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조만간 닥칠 은퇴와 가족·경제문제에 대해 고민했다"며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반영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무겁고 화려한 장르물보다도 오히려 일상적인 이야기로 몰입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류승룡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한 연기 덕분에 자칫 밉상일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에 '짠한' 매력이 더해졌다.
공 평론가는 "잘 만들어진 장르물은 선악 구도가 명확하지만 사실 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며 "(드라마 속) 로봇청소기, 직장 내 좌천 등은 우리가 정말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좀 더 몰입력이 크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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