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전 세계 도로 위에서 지금 가장 치열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다만 10년 전 우리가 상상했던 '내 차가 알아서 어디든 데려다주는 완전 자율주행'과 지금의 현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기술은 예상보다 느리게, 그러나 방향은 훨씬 더 뚜렷하게 진화 중이다. 미국·중국은 이미 로봇택시 상용 서비스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고, 유럽·중동은 도시 단위의 자율주행 버스·셔틀로 교통 체계를 바꾸는 중이다. 한국도 뒤처진 것만은 아니다. 다만 기술 경쟁을 넘어 '어떤 도로 생태계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는 아직 답을 덜 낸 상태다.
◇ 세계는 이미 '서비스' 단위로 가고 있어
지금 글로벌 자율주행 트렌드의 키워드는 두 가지다. 로봇 택시(robotaxi)와 로봇 버스(robobus)다. 미국에서는 웨이모(Waymo)가 피닉스·샌프란시스코·LA 등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완전 무인 로봇 택시를 운행하며 수백만 건의 유상 운송 데이터를 쌓았다.
중국에서는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가 그 속도를 따라잡았다. 2025년 가을 기준, 아폴로 고는 주당 25만 회 이상의 완전 무인 탑승을 처리하며 웨이모와 비슷한 규모의 운행 실적을 기록 중이다. 22개 도시에서 1천대 이상의 차량이 운영되고, 누적 탑승 횟수는 1천100만 회를 넘어섰다는 보고도 나온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흥미로운 점은, 이 경쟁이 이제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을 넘어 유럽·중동·동남아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동의 일부 도시는 신도시·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로봇 택시·자율주행 셔틀을 기본 교통 인프라로 포함하고 있다. 유럽 여러 도시는 도심 혼잡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시험 운행하며, '차량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 중심의 모빌리티 전환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TV 제공]
시장 전망도 공격적이다. 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약 2천억 달러 수준에서 2034년 4조 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성장은 단번에 레벨 5 완전 자율주행 승용차로 가는 것이 아니라, 레벨 2/3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가 일반화되고, 특정 구역·노선에 한정된 레벨 4 서비스(로봇 택시·셔틀)가 동시에 늘어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 한국, 기술은 빠른데 '도시 시나리오'는 더뎌
우리나라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이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개정해, 2025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 2027년 레벨 4 승용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2035년에는 신규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을 레벨 4~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담겨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율주행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과 함께 전국 17개 시도에 자율주행 실증도시·시범 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지자체·기업·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국은 꽤 공격적인 국가 전략을 가진 셈이다. 차량용 센서·반도체·통신 인프라(5G·C-V2X), 고정밀 지도, 보안 설루션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자율주행 관련 KS(한국산업표준)도 2025년까지 25개 이상 제정해 센서·데이터 포맷·보안 기준 등을 통일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정작 '도로 위에서 체감되는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중국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로봇 택시를 앱으로 불러 출퇴근·쇼핑에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해본 시민은 아직 많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 제한된 구간·시간에 셔틀을 운행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도로 전체 시스템과 연결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은 '차량과 기술' 관점에서는 빠른 편이지만, '서비스와 도시'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율주행차를 얼마나 잘 만들 것인가'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고, 세계는 '자율주행으로 도시 교통과 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이 아니라 '도로 생태계'
전 세계 트렌드를 보면, 자율주행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신사·지도 서비스·클라우드 기업·플랫폼 기업·보험·도시 계획·교통공사 등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도로 생태계'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로봇 택시가 도심에 안착하려면 몇 가지의 최소 조건이 있어야 한다. 먼저 센서와 AI·제어 시스템을 갖춘 레벨 4급 이상의 차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정밀 지도와 신호 정보가 연동되고, 통신망과 주차·승하차 공간이 있는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제도상으로도 유상 운송 인가받고, 사고 시 책임 구조와 보험·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비스다. 차량을 오가게 하는 호출 앱과 운영센터, 그리고 관제·모니터링 시스템과 고객 지원 체계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이용하는 시민의 수용성도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기본적 신뢰와 요금·편의 측면에서의 만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미국·중국은 이 다섯 가지를 동시에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차량·통신·지도까지는 상당히 진전돼 있지만, 유상 운송과 보험·책임 구조, 그리고 시민 경험 설계 측면에서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무는 인상이 강하다.
이 차이는 결국 '우리는 자율주행을 자동차 산업 문제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도시 시스템 문제로 보고 있는가'에서 비롯된다. 도시 시스템으로 본다면, 자율주행 논의는 교통약자 이동권, 대중교통 보완, 주차 공간 재편, 도심 차량 감축, 물류 효율화 등과 연결돼야 한다.
그럴 경우 주도적 역할은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중앙정부·지자체·교통공사·플랫폼 기업이 함께 나눠야 한다. (2편에서 계속)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