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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지는 화장 연령대…14세 미만 아동까지
SNS엔 화장 영상 쏟아져…어린이 화장품도
"공부도 하고 화장도 하며 기분 전환해요"
"시대 변화 받아들여야" vs "어린 피부에 걱정"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6일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어린이가 화장품을 구경하고 있다. 2025.12.16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초보자들도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학생 메이크업 같이 해요!"(인스타그램 이용자 'go_***')
"시험기간 초간단 makeup"(인스타그램 이용자 'xee***')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인스타그램 화장 영상들에 붙은 설명이다.
15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학생메이크업' 태그를 검색하면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긴 영상들을 수십 개 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에 이어 만 14세 미만 아동까지 '화장 삼매경'이다. 더 이상 '어른'만 화장하지 않는다.
화장이 어느새 '청소년 문화'로도 자리 잡은 가운데 어린이용 화장품까지 판매되면서 외모지상주의 심화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가 커진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6일 양천구 목동 한 학원가 올리브영에서 학생이 화장품을 구경하고 있다. 2025.12.16
◇ 장난감 코너에도 화장품세트…"화장이 취미가 됐어요"
지난 6일 오후 양천구의 올리브영 매장. "2025년 마지막 세일"이라는 점원들의 우렁찬 외침 속 고객들은 분주하게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가방에 형형색색 인형 키링을 단 채 립제품 코너에서 손등 '색칠놀이'에 빠진 학생들이 많았다. "틴트 제형이 매트(보송)한 것이 좋냐"는 물음에 "매트와 촉촉 그 중간이 좋다"고 답하는 대화도 들렸다.
매장을 지켜본 40분간 화장품을 구경하던 손님 13명 중 8명이 이런 중고등학생이었다. 부모와 함께 와 화장품을 구경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청소년 손님이 많냐는 질문에 직원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양천구 한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는 만 14세 미만 아동을 위한 화장품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선팩트·블러셔·립스틱·매니큐어·섀도 등 뷰티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장품 종류로 구성됐다. '사용연령 6세 이상'이라는 주의 문구도 보였다.
'시크릿쥬쥬'·'미미'·'티니핑' 등 인기 캐릭터와 결합한 아동용 화장품은 인터넷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6일 한 대형마트에서 아동용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5.12.16
청소년들은 왜 화장에 빠졌을까.
양천구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16) 양은 "제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니까 (화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도 "딱히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냥 한다"며 웃었다.
중학교 2학년생 A양은 "화장이 취미가 됐다"며 "학교 갈 땐 피부랑 입술만 아주 연하게 하지만 가끔 놀러갈 때는 눈화장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도 하고 화장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RISABA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애들 화장 열풍은 SNS 탓"…"초 5~6학년부터 화장"
이런 상황은 SNS가 큰 영향을 끼쳤다.
유튜브에서는 '겟 레디 윗 미'(get ready with me) 등 화장을 하는 영상이 쏟아진다. 검색창에 입력하니 노출되는 자동 완성 검색어 10개 중 4개가 청소년 관련 연관어다. '겟레디윗미 학생'이 2위, '〃 학생 메이크업'이 5위, '〃 학교/고등학교'가 8~9위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화장품 소개 게시물이 수백 개 뜬다. 성인 인플루언서가 화장법을 추천하는 영상들 사이에서 청소년이 학교 갈 준비를 한다며 교복을 입고 찍은 화장 영상들도 수십 개 볼 수 있다.
지난달 게시돼 누적 조회수 36만회를 기록한 한 '학생 메이크업' 틱톡 영상에서 성인 인플루언서는 입술전용 화장품은 기본, 톤업 베이스·컨실러·치크·셰딩·하이라이터 등 피부전용 화장품뿐만 아니라 아이브로우·섀도 등 눈전용 화장품을 추천했다.
학원가에서 만난 이양은 "AI 목소리로 더빙을 넣고 화장하는 릴스를 자주 본다"며 "제가 여쿨(여름 쿨톤·퍼스널 컬러)인데 그런 사람들의 동영상을 참고해 화장품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10대 딸을 둔 학부모 B씨는 "애들의 화장 열풍은 SNS 탓"이라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화장하는 영상이 넘쳐나면서 아이들이 혹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이 화장품을 장난감, 필기류 사듯 모은다"며 "어떤 애들은 아침에 학교 가기 전 화장 하느라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며 개탄했다.
'귀밑 2㎝' 등 머리카락 길이도 단속하던 '옛날 옛적'과 달리 요즘 학교에서는 화장도 별반 단속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학생 한모(15) 양은 "이게 학교마다 (화장을) 잡는 정도가 다르다"며 "제가 다니는 학교는 하지 말라고 하긴 하는데 크게 티 안 날 정도로만 하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끝날 때쯤 되면 풀메(풀 메이크업)하는 애들이 많다"며 "그냥 다른 애가 된다"고 웃었다.
분당에 사는 중1 박모 양도 "내 친구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하고 6명은 색조까지 풀메를 한다. 초등학교 5~6학년부터 화장을 한다"며 "학교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기도 하시지만 단속은 안 한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저렴한 화장품이 쏟아지는 것도 청소년층의 접근성을 높인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월부터 만 14~19세를 대상으로 한 '올리브 하이틴 멤버스'를 만들고 회원에게 카테고리별 할인 쿠폰, 무료배송 등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학생 응원 기념으로 수능이 끝난 후 일주일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1만~3만원대를 벗어난 5천원 이하 가격대의 화장품도 대거 등장했다.
다이소는 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1천~5천원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이마트도 '5천원 화장품 이마트에서 다 있소'라며 가성비 좋은 화장품 판매에 팔을 걷어붙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브러시, 스펀지 등 화장품 도구와 속눈썹을 1천~4천원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수 전소미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아이들의 문화"…"세심한 관찰과 지원 필요"
여론은 갈린다.
중학생 딸을 둔 고모 씨는 "중학생만 되도 거의 다 화장을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엄마는 중학생 딸이 화장을 안 하자 또래 유행에 뒤처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SNS에는 "학생이 화장 안 한다는 건 부모님 시대에서만 맞다고 생각한다"(스레드 이용자 'kyb***'),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것 같더라고"('ant***'), "화장은 아이들만의 문화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걸 익히고 친구들을 사귄다"('cow'***) 등 화장을 청소년 세대의 어엿한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단순히 화장을 못하도록 막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화장하는 법을 알려줘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피부 망가지기 전에 세안부터 잘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스레드 이용자 'ddo***'), "요즘 안 하는 애들 없어 차라리 올바른 클렌징이랑 기초케어 알려주는 게 좋을 듯"('shin***')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리진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는 "하나에 꽂혀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 아동기 때부터 나타난다"며 "사춘기로 넘어가면서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다양한 곳에서 화장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어른으로서 권하고 싶은 문화는 아니지만 청소년이 화장으로 스스로를 꾸미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갈수록 어려지는 화장 연령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딸이 초등학생이라는 김모(42) 씨는 "아직 앳된 나이에 어린 피부인데 화장하는 모습을 보면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며 "옛날에도 화장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더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초6 딸을 둔 또다른 학부모는 "화장하지 말라고 한번 그랬더니 생난리를 피웠다"며 "그 뒤로는 '알아서 해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SNS에도 "초6 따님 요즘 왜 이렇게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스레드 이용자 'ski***'), "학생들 보니까 6학년쯤부터 조금 빠르면 5학년부터 화장도 조금씩 하고 꾸미기 시작하더라고"('cha***') 등 초등학생 딸을 둔 부모의 고민 상담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건강하게 골고루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연예인을 우상화해 뽀얀 피부 등에만 꽂히게 되면 다른 것에 만족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에서 적절히 지지해 주면 시간이 지난 후 관심사가 화장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게 될 가능성도 있어 세심한 관찰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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