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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도로 위 新 생태계를 주목하라-②

입력 2025-12-19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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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자율주행산업계가 이 분야를 바라봐야 할 시선의 방향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으로 가야 할까. 그저 '우리도 로봇 택시 빨리 도입하자'는 수준을 넘어서려면, 최소한의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먼저 '레벨' 경쟁보다 '서비스 시나리오' 경쟁으로 가야 한다. 세계 각국이 레벨 4·5 완전 자율주행을 두고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도입은 특정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몇 년까지 레벨 4 상용화'라는 목표만 내세우기보다, 다음과 같은 구체 시나리오를 우선 설계해야 한다.


노인·장애인의 병원·복지시설 이동을 위한 자율주행 셔틀부터 계획해야 한다. 또한, 야간·심야 시간대 심각한 택시 승차난을 보완하는 특정 구간의 로봇 택시도 필요하다. 여기에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외곽 산업단지와 신도시 구간의 자율주행 통근버스 계획도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광지와 공항·역세권을 잇는 자율주행 순환 셔틀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구체적 용례별로 목표를 세우면, 필요한 기술 수준·법·보험·인프라의 기준도 명확해지고, 시민 체감도도 빠르게 올라간다. '전국 모든 도로에서 레벨 4'보다 '이 구간, 이 서비스부터 확실히'가 현실적인 전략이다.


두 번째로 규제 완화만큼 중요한 '책임 구조'와 '신뢰 설계'를 들 수 있다. 자율주행 논의에서 늘 나오는 단어가 규제 완화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사례를 보면, 규제 완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제조사·운영사·이용자 중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또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은 어떻게 관리되고,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호되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처럼 해킹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와 책임은 어떤 식으로 분산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면, 시민의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이 자율주행 관련 법·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역시 '시범운행특례법' 수준을 넘어서,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 시나리오별 책임·보험·데이터 규범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신뢰는 법조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기 서비스에서의 안전 기록, 사고 발생 시 투명한 정보 공개, 시민 대상 체험 프로그램, 이해하기 쉬운 안내와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 자율주행도 결국 '사람이 도로 위에서 얼마나 안심하고 탈 수 있는가'의 문제다.


세 번째로 자동차 강국에서 '도로 시스템 강국'으로 전환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차 한 대'의 성능보다 '도로 전체 시스템'의 효율과 경험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게 하려면 차량-사물 통신 기술은 'V2X'를 활용한 신호의 최적화와 정체 완화 기술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와 대중교통, 개인형 이동장치의 통합 환승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도로 위 센서, 카메라, 노변 장치와 차량의 협력 인지 시스템 구축과 도시 계획 단계에서의 자율주행 전용차로와 승하차 공간 설계도 해야 한다.


이 분야는 완성차뿐 아니라 ICT·통신·플랫폼·도시계획·인프라 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통신·모바일 플랫폼, 그리고 높은 도시 밀도를 자산으로 삼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율주행 도시 시스템'을 노려볼 만하다.


◇ '기술 자랑'보다 '제대로 된 서비스'가 우선


자율주행을 둘러싼 세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은 로봇 택시 운행 데이터로, 유럽·중동은 도시 단위 서비스로, 각자의 방식으로 앞서가고 있다. 한국도 기술과 인프라에서 밀리는 나라는 아니다. 다만 아직 '이것이 한국형 자율주행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 사례가 부족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실증 계획이 아니라, '첫 번째 제대로 된 서비스'다. 시민이 매일 쓰는 노선, 명확한 대상과 목적을 가진 구간, 책임과 신뢰 구조가 분명한 모델을 하나라도 완성하는 것, 그 과정에서 얻는 운영 데이터와 사회적 학습이야말로, 이후 전국 확산과 수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언제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먼저 오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앞서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 사회가 어떤 도로를, 어떤 삶의 방식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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