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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엔비디아가 연 자율주행 신뢰 시대

입력 2025-12-31 15: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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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지난 10여년간 자율주행 기술은 의심할 여지 없이 거대한 성능 경쟁의 전장이었다. 더 많은 라이다(LiDAR)를 장착하고, 인식 정확도를 소수점 단위까지 끌어올리며, 인공지능(AI) 모델의 파라미터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곧 기술 혁신의 척도로 간주했다.


구글의 웨이모, 테슬라, 바이두, 크루즈에 이르기까지 주요 기업은 모두 '특정 조건에서 얼마나 사고 없이 주행할 수 있는가'는 지표에 매달려 왔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발전의 초기 국면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자율주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고, 인간 운전자와의 비교에서 최소한의 성능 기준을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성능 지상주의는 점차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역설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분명히 발전했지만, 사회는 여전히 자율주행을 신뢰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기계가 내린 판단의 근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특정 상황에서 왜 멈췄는지, 왜 회피 기동을 선택했는지, 왜 인간 운전자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아무리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더라도 그 기술은 공공의 도로 위에 설 자격을 얻기 어렵다. 자율주행의 문제는 더 이상 '잘 달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달렸는지를 설명하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최근 엔비디아(NVIDIA)가 던진 질문은 자율주행 담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엔비디아는 2025년 세계 최고 권위 인공지능 학회 '뉴립스'(NeurIPS 2025)에서 자율주행 AI 모델 '드라이브 알파마요(DRIVE Alpamayo)-R1'을 공개하며,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을 성능이 아닌 추론(reasoning)과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으로 재정의했다.


이 모델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차가 얼마나 잘 달리는가'가 아니라, '차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가'였다.




엔비디아 알파마요 R-1 모델 조감도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알파마요-R1은 센서 입력을 곧바로 조향·가속 명령으로 변환하는 기존의 블랙박스 구조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 대신 차량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가설과 판단 단계를 거쳐 특정 행동을 선택했는지를 내부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추론 기반 자율주행 모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모델이 산업용 자율주행 AI로서는 이례적으로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술 공개를 넘어, 자율주행 산업 전체에 대한 하나의 선언에 가까웠다. 엔비디아는 성능을 독점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보다, 자율주행이 사회와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의 검증 기준과 신뢰의 토대를 먼저 제안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 경쟁의 축을 '누가 더 잘 달리느냐'에서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로 이동시키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전환을 '물리적 AI'(Physical AI)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 세계에서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는 물리적 AI의 가장 상징적인 구현체다.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차가 내리는 판단은 계산 결과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선택이며, 사회적 규범과 윤리적 기준 위에서 정당화돼야 하는 결정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AI가 그렇게 계산했다'는 설명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책임은 결국 인간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로 환원돼야 한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은 기존의 IT 서비스와 전혀 다른 차원의 요구를 받고 있다. 검색 알고리즘이나 추천 시스템이 잘못 작동했을 때의 피해와 자율주행차의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는 본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엔비디아가 추론과 설명 가능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이 기술 문제를 넘어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전환됐음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는 단발적인 전략 전환이 아니다. 이는 1993년 설립 이후 이들이 걸어온 기업 진화의 연장선에 있다. GPU라는 개념을 통해 병렬 연산의 가능성을 산업화한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NVIDIA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프로그래밍 모델. GPU를 프로그래밍함)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며 스스로를 가속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이 순간부터 엔비디아는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산업의 규칙을 설계하는 주체로 이동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동일한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완성차를 만들지 않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대신 모든 제조사와 개발자가 공통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DRIVE AGX, Hyperion, 그리고 최근의 NVIDIA Halos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은 자율주행이라는 복잡한 시스템 전체를 플랫폼 차원에서 구조화하려는 시도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개발의 진짜 병목이 칩 성능이 아니라, 센서 데이터 통합, 시스템 이중화, 검증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의 입증 가능성에 있음을 정확히 짚어냈다. Halos는 성능 중심 개발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규제 대응과 책임 구조의 문제를, 플랫폼 차원에서 흡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결국 자율주행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은 기술적 정확도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설명 가능한 AI와 전주기 안전 프레임은 규제 당국과 시민이 자율주행 기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 조건이다.


앞으로의 자율주행 경쟁은 누가 더 많은 기능을 구현했는가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안전 논리와 책임 구조를 제시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하는 불투명한 기술에 우리의 생명과 도로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언어와 논리로 소통할 수 있는 지능과 함께 이동할 것인가. 엔비디아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빠르게 달리는 차보다, 이해되는 차가 먼저다."


자율주행 산업은 이제 성능의 시대를 지나, 신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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