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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과거 자동차 산업이 배기량과 마력으로 경쟁했다면, 오늘날 자율주행차는 초당 연산 성능(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으로 플랫폼의 체급을 가늠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의 심장은 내연기관이 아니라 반도체에 있다.
차체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던 기계의 시대는 저물고, 보이지 않는 실리콘 위에서 수천조 번의 연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전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미 하드웨어 수직 계열화를 통해 차량을 '도로 위의 데이터 센터'로 구축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설계한 AI 4(HW 4.0) 칩세트를 통해 약 300~500 TOPS의 성능을 구현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특히 2026년 초 누적 70억 마일(약 112억 km)을 돌파한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엔드투엔드(E2E) 인공지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통합하는 전략의 정점에 있다.
테슬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내 양산을 목표로 2,000 TOPS급 성능의 AI 5 칩세트를 준비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는 테슬라의 무인 로보택시인 '사이버캡'의 두뇌로서 완전 자율주행(FSD)의 완성도를 인간의 주행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웨이모는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으로 탄생한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약 1천200 TOPS급 고성능 컴퓨팅 모듈을 탑재해 '안전성' 중심의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13대의 카메라와 4대의 라이다를 아우르는 센서 이중화 구조는 고신뢰 추론 시스템을 통해 로보택시 서비스의 무결성을 지탱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는 현재 자율주행 컴퓨팅의 '끝판왕'으로 불리고 있다. 최대 2천 TOPS라는 경이로운 연산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디지털 조종석, 운전자 모니터링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특히 최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를 도입해 복잡한 도심 상황에서 인간처럼 판단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구현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데이터의 양인가, 추론의 질인가?
이렇게 펼쳐진 글로벌 칩세트 전쟁은 숫자의 경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당 기가바이트 단위로 쏟아지는 센서 데이터를 50~100밀리초 이내에 통합·판단해야 하는 극한의 환경이다. 하지만 2026년의 진짜 승부처는 '성능 그 이후'에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비전-언어-행동(VLA, Vision-Language-Action) 기반 추론 구조는 인공지능이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주행 결정의 논리를 구조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왜 멈췄는가?"라는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할 수 있는 모델이다. 반면 테슬라는 압도적인 주행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인간의 직관을 모사하는 데이터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추론의 논리'와 '데이터의 직관'이 충돌하는 지점, 이것이 2026년 자율주행 칩세트 대전의 본질이다.
시장의 또 다른 축인 퀄컴은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Flex)'를 통해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도메인을 단일 칩으로 통합하는 비용 효율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빌아이(Mobileye)는 최신 'EyeQ6' 시리즈를 기반으로 카메라 중심 ADAS부터 레벨 4까지 확장하며 현실적인 양산 시장을 공략 중이며, 중국의 바이두는 자체 AI 칩 '쿤룬(Kunlun) 3'을 기반으로 칩-플랫폼-로보택시 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칩세트 주권'이 곧 '모빌리티 주권'인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칩을 설계하는 기업이 플랫폼을 지배하고,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이 미래 도로의 표준을 장악할 것이다. 그러나 수천 TOPS의 연산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순간, 승부는 소프트웨어의 설계 철학과 기능 안전 검증 능력, 그리고 각 국가의 도심 환경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어내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운전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인공지능 서버'이다. 도로 위의 경쟁은 더 이상 엔진 소리가 아니라, 실리콘 위에서 소리 없이 벌어지는 연산의 속도와 정확도로 결정되고 있다.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성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지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장 반도체 역량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결합해 'K-자율주행'의 신뢰성을 증명해야 한다. 칩은 하드웨어지만, 미래를 설계하는 힘은 결국 그 칩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미학에 있기 때문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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