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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슈퍼볼 광고판을 점령한 AI-②

입력 2026-03-04 09: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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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AI로 만들어진 2026년 슈퍼볼 광고

[이은준 제작]



2026년 슈퍼볼 광고가 새롭게 느껴진 이유는, 인공지능(AI) 기업 광고가 많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올해 선보인 수많은 광고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광고 제작 과정 그 자체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변화는 조용하지만 분명했다. 전통적으로 슈퍼볼 광고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전제로 한, 거의 영화 제작에 가까운 산업이었다. 수개월의 기획, 대형 세트, 유명 감독과 배우, 후반 작업까지 포함된 고비용 구조는 슈퍼볼 광고를 '광고 산업의 올림픽'으로 만들어왔다.


그런데 2026년, 이 견고해 보이던 제작 질서 안으로 AI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보조 도구가 아니라, 비주얼과 캐릭터, 움직임을 직접 만들어내는 제작 주체로서 말이다. 그저 배경이나 CG 소품을 보조적으로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 애니메이션, 장면 구성, 심지어 컷 전환과 카메라 움직임까지 AI가 실현한 경우가 많았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보드카 브랜드 스베드카(Svedka)의 광고였다. 광고는 시작부터 끝까지 묘하게 불편했다.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캐릭터, 지나치게 매끈한 움직임, 어딘가 현실과 어긋난 표정은 시청자에게 즉각적인 이질감을 남겼다.


광고 속 로봇 캐릭터는 AI로 생성된 비주얼과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인간 애니메이터는 감독과 보정만을 담당했을 뿐이다. 브랜드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AI로 만들었다는 점을 하나의 콘셉트로 삼았다.


결과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어딘가 낯설었고, 때로는 불편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기술의 경계선을 정확히 드러냈다. 어떤 이는 이 광고를 'AI 창작의 현재를 솔직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고, 다른 이는 '보기에 불편하고 감정이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라는 뜻으로 로봇이나 디지털 캐릭터가 인간과 매우 흡사해질 때 도리어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존재에서 호감도가 급락하는 골짜기 구간을 의미하며,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 현상이 슈퍼볼 광고 무대에서 정면으로 노출된 셈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중요하다. 이 광고는 성공적이었느냐 실패했느냐를 떠나, AI가 광고 제작의 중심으로 들어왔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더 나아가, 일부 광고에서는 AI 영상 합성을 이용한 '가상 캐릭터·연예인 등장'이 이뤄졌다. 현실 배우의 촬영과 별개로 AI가 만들어낸 디지털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장면 속에 등장하며,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연출은 광고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이 장면이 어디까지 현실인지, 어디까지 AI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혼란과 호기심을 동시에 제공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영상 기술은 제작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광고의 새로운 시청 경험과 의미를 설계하는 창작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쥬라기 공원을 테마로 한 2026년 슈퍼볼 Xfinity 광고

[유튜브 캡처]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AI 영상 활용이 비용 절감이나 효율화를 넘어 예술적 실험과 문화적 메시지와 연결됐다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와 다양성을 가진 AI는, 시청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시각적 차이를 만들어내며, 광고마다 독특한 '질감'을 부여했다.


이는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 몰입, 불편함, 웃음 등 모든 반응을 설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AI 영상은 영상 제작의 도구만이 아니라, 광고의 메시지와 정서, 시청 경험을 설계하는 문화적 주체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2026년 슈퍼볼 광고는 AI 영상이 광고의 시각적 언어와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 해로 기록될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광고 속 메시지와 철학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인간 창작자와 AI가 협력하거나 때로는 경쟁하는 장면들이 전 세계 시청자 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는 그저 'AI가 광고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넘어, AI가 광고 제작의 중심, 즉 문화와 시청 경험의 설계자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슈퍼볼을 이러한 방식으로 점령한 AI가 K-컬처를 변주하고 확대 재생산해서 더 이상 '로컬'이 아닌 '글로벌'화하는 때가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AI 전문기업들은 다시 한번 AI와 K-컬처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개발과 저작권 정보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글로벌 자본이 K-컬처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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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23: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