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슈퍼볼 광고판을 점령한 AI-③

입력 2026-03-11 10:59:35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2026년 슈퍼볼에서 구글 제미나이의 감동 코드 광고

[유튜브 캡처]



2026년 슈퍼볼에서는 인공지능(AI)을 광고 메시지 자체로 삼은 기업도 대거 등장했다. 올해 슈퍼볼 광고 슬롯의 상당 부분은 AI 서비스, AI 플랫폼, 혹은 AI를 전제로 한 생산성 도구가 차지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AI를 기술이 아닌 감정의 매개로 그렸다. 가족과 일상, 관계 속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AI는 더 이상 똑똑한 기계가 아니라, 공기처럼 존재하는 배경이 됐다. 이 광고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AI가 있는 삶은 어떤 느낌인가'를 묻는다.




2026년 슈퍼볼에서 클로드 광고

[유튜브 캡처]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는 또 다른 방식으로 AI 광고의 문법을 흔들었다. 클로드 광고는 기능 설명도, 감동적인 서사도 최소화한 채, AI 대화 중간에 광고가 끼어드는 상황을 일부러 연출했다. 웃음을 유도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질문으로 바뀐다.


우리는 앞으로 AI에게 질문할 때, 정말 순수한 답을 받게 될까,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이 개입된 답을 받게 될까. 이 광고는 AI 광고이면서 동시에 AI 광고 모델 자체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슈퍼볼이라는 가장 상업적인 무대에서, 상업성을 문제 삼는 장면은 묘한 긴장을 만들어냈다.




2026년 슈퍼볼 WIX(홈페이지 제작툴 업체) 광고

[유튜브 캡처]



웹사이트 제작 플랫폼이나 자동화 도구를 내세운 기업들 역시 AI를 '창작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AI는 더 이상 뒤에서 조용히 계산하는 엔진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고, 디자인을 제안하며, 인간의 결정을 가속하는 존재로 등장했다.


AI는 노동을 대체하는 존재라기보다, 창작 과정의 속도를 바꾸는 존재로 그려졌다. 이는 AI에 대한 공포보다는 실용성과 효율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었다.


그러나 모든 흐름이 환영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 시청자는 "올해 슈퍼볼 광고는 너무 차갑고, 계산적이었다"고 말했다. 감정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AI가 개입한 광고는 대체로 깔끔하고 효율적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반면 업계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지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이 방식이 광고 제작의 비용 구조와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험적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는 것이다.


결국 2026년 슈퍼볼 광고는 그저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 무대는 AI가 창작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불편함, 기대, 저항, 가능성을 한꺼번에 드러낸 문화적 장면이었다. 광고는 늘 시대의 기술을 반영해 왔지만, 이번처럼 기술 자체가 광고의 존재 이유와 제작 방식을 동시에 흔든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 광고 안 한다는 메시지를 광고로 외치다?




2026년 슈퍼볼에서 앤트로픽 클로드 광고

[유튜브 캡처]



2026년 슈퍼볼에서 가장 화제가 된 광고는 앞서 언급한 앤트로픽의 클로드 AI였다.


"나 어떻게 식스팩 근육 빨리 만들 수 있을까?"


철봉을 하던 남성이 헬스 코치로 보이는 사람(ChatGPT를 상징)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헬스 코치는 AI가 답하는 것처럼 잠시 어색한 침묵 이후 "좋은 질문이네요!"라고 하며 운동 계획을 세워준다고 한다.


철봉을 하던 남자는 복잡한 설명을 기대한다. 하지만 헬스 코치(챗 GPT를 상징)는 답을 미뤄두고 광고부터 한다.


"알겠습니다. 미적인 근력 강화에 중점을 둔 계획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운동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이럴 땐 스텝 부스트 맥스(Step Boost Maxx) 깔창을 사용해보세요. 키를 2.5cm 높여주는 제품으로 작은 분들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026년 슈퍼볼에서 앤트로픽 클로드 광고

[유튜브 캡처]


철봉을 하던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헬스 코치(ChatGPT를 상징)를 멀뚱히 바라본다. 헬스 코치(AI)는 개의치 않고 할인 쿠폰을 계속 읊어준다.


클로드의 광고는 단 한 번도 오픈AI나 챗 GPT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AI에 이제 광고가 들어온다. 하지만 클로드는 그렇지 않다."




2026년 슈퍼볼에서 앤트로픽 클로드 광고

[유튜브 캡처]


이는 일반 소비자를 향한 메시지가 아니었다. 동시에 경쟁사를 향한 공개 비평이었다. 슈퍼볼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무대 위에서, AI 산업 내부의 가치 충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광고가 흥미로운 이유는 명확하다. '광고 없는 AI'라는 메시지를 가장 비싼 광고 슬롯에서 외친 것이다. 앤트로픽은 매우 계산된 전략을 택했다. 슈퍼볼이라는 '광고의 최전선 무대'에서 광고의 '폐해'를 이야기하며 그 책임을 경쟁사에 조용히 떠넘긴 것이다.


이는 비판이 아니라 메타 광고(meta-advertising)다. 광고라는 형식 자체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광고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앞으로 AI에게 질문할 때, 정말 순수한 답을 받게 될까, 아니면 광고주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답을 받게 될까. 이 질문이 슈퍼볼이라는 공간에서 던져졌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슈퍼볼은 여전히 가장 집단적인 시청 경험이고, 가장 인간적인 소음이 가득한 축제다. 그 한가운데에서 AI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 태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AI가 기술 산업을 넘어 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AI 업계 선두 주자 기업과 K-컬처 종사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이점이다. (4편에서 계속)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5-06 05: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