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제1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봉사하며 마음은 더 풍족해져"
"아저씨 짜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위탁시설 아이 말에 펑펑 울기로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끌어안고 같이 죽자고 운 적도 있었죠. 지금은 살림도 아이도 많이 좋아졌는데 봉사를 한 덕인가 싶어요."
9일 KBS 신관 공개홀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지보현(64)씨는 일명 '짜장면 아저씨'다.
2006년 가게를 닫고 김포우체국에 취직할 때까지 중국집을 운영하며 여기저기 음식 나눔을 했기 때문이다.
지씨의 기부는 1994년 중증장애인 시설에 짜장면을 만들어 나눠주며 시작됐다.
이웃 문방구 사장님으로부터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과 비슷한 처지인 아이들이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시설을 방문하게 됐다.
"음식을 배달하러 갔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장애가 있는데도 자기보다 큰 아이에게 짜장면을 떠먹여 주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지보현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모습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씨는 나눔과 봉사를 결심하게 됐다. 아들의 재활치료와 특수교육 등으로 당시 경제적 상황은 좋지 않았다.
"과자봉지를 집어 들면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나왔던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죠. 출구가 없는 깜깜한 터널 안에 갇힌 것처럼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막막한 상황이었건만, 신기하게도 기부와 봉사를 실천할수록 마음이 풍족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 모두들 엄청 고마워하시는데, '봉사라는 게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과 자긍심이 생기더라고요."
물질적 욕심도 많이 버렸다.
지씨는 "죽을 때는 집 한 채 못 가지고 가지 않나. 아이를 키우고 봉사를 하면서 욕심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며 "마음을 내려놓자 이상하게 장사가 더 잘 돼서 단칸방에서 탈출하게 됐다"고 했다.
아들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의사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무작정 떼쓰는 일이 잦았지만, 이젠 차분하게 의사소통도 하고 마트에 혼자 장을 보러 갈 수 있게 됐다.
지씨는 "주변에서 '지 사장이 열심히 봉사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자식도 잘되는 것 같다'고 한다"며 웃었다.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냐는 물음에 지씨는 목포의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에게 받았던 칭찬을 떠올렸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고 버린 아이들을 시에서 위탁해 양육하는 곳인데, 한 아이가 짜장면을 세 그릇이나 싹싹 비우더니 저에게 와서 엄지척을 하며 '아저씨 짜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이라고 하더라고요. 펑펑 울며 올라오면서 이 봉사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중국집 경영을 그만둔 후로도 지씨는 여러 형태로 봉사와 나눔을 계속해오고 있다.
몸이 굳어가는 뇌성마비 아이들을 업거나 휠체어에 태워 이동을 돕는 봉사, 복지시설 노인 돌봄 등 기록된 자원봉사 시간만 4천 시간이 넘는다.
각종 단체에 물품과 현금 후원도 계속해 2018년에는 '경기도 복지를 위해 애쓴 아름다운 얼굴 10인'에 선정됐다.
지씨는 "제가 즐겁고 행복하려고 한 일인데 과분한 상을 타게 돼서 쑥스럽기도 하다"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뿌듯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fat@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