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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임위원 둘러싸고 내부 갈등·막말 논란 등 계속
침해1소위 진정 누적 231건…'진정인들만 피해' 지적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인권 침해 및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조직 내 갈등으로 수개월째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여파로 인권위 내 일부 소위원회는 석달째 회의를 열지 않은 채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어 결국 진정인들만 피해를 보고, 인권위의 위상 또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3개월째 '개점휴업' 소위원회…진정 누적건수 231건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김용원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는 지난 8월 1일 소위를 연 후 3개월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당시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의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욕설과 혐오 발언 등을 제지해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는데, 이에 대해 인권위 사무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재논의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사무처는 이러한 절차적 문제를 들어 지난 9월 진정 재논의 방침을 담은 언론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이에 김 위원은 소위 결정에 대해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해명자료를 냈다면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해명자료 작성 직원들의 인사조처를 요구하며 소위를 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수요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집회 중 어느 하나만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정을 의결하려면 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1명만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으니 기각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침해1소위가 열리지 않아 누적된 안건이 지난 7일 기준 231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소위를 열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정은 더 늘어나고, 그 피해는 결국 진정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위원은 인권단체로부터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당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추석명절에는 고향인 부산 영도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김용원'이라는 문구와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어 총선을 앞두고 정치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2023.8.30
◇ 막말 논란까지…직원들 '조직 망가졌다' 반응도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일부 상임위원의 '막말' 논란도 이어져 왔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5월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을 권고하는 인권위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소지가 있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됐다.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임을 인권위가 인식해야 한다'는 당시 결정문에 반발해 '남성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경우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인권위가 인식시켜야 하는가'라는 소수의견을 적어 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단체 등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이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선동했다'며 인권위에 인권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이 위원은 6월에도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축제를 즐기려고 모였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참사가 국가 권력이 시민을 고의로 살상한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라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계속되자 인권·시민단체는 이들 두 상임위원이 차관급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인권위 위상에도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소위 '개점휴업' 논란에 대해 "인권위원이 싸워야 할 대상은 불합리한 관행과 비인권적 제도이지, 위원회 직원이 아니다"라며 "위원회 본연의 업무를 즉각 수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다시 한번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진정 사건들이 처리되지 않고 인권침해 구제를 기다리는 피해자들의 상황도 더 열악해졌다"고 비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2001년 인권위 설립 이래 진정 사건 처리 등을 놓고 부침과 갈등은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몇몇 상임위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내홍이 격화한 적은 없었다며 '조직이 망가지는 것 같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떻게 해결될지 난망하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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