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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익스플로라토리움 AI 展 기행-①

입력 2025-08-07 14: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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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본인 제공



샌프란시스코 피어 15(Pier 15)에 위치한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은 과학과 예술, 인간의 인지 경험이 교차하는 세계적 명소다.


필자는 이번 여름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 'Adventures in AI'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본 전시는 관람객에게 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며 그 의미를 되묻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전시였다.


처음 만난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거대한 창고형 건물이었다.




익스플로라토리움 입구

사진 : 이은준 제공


그 안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인터랙티브 설치물은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성인의 지성을 만나 춤추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는 실험기구, 그리고 온종일 사람들 넘실대는 분위기. 관람객들은 조용히 감상하는 대신, 손으로 만지고 몸을 움직이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에 참여한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했다. 과학, 예술, 감각의 세계가 이토록 가볍고 유쾌하게 교차하는 장소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이번에 이 공간에서 경험한 'Adventures in AI' 특별전은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dventures in AI' 포스터

사진 출처 : 익스플로라토리움 홈페이지 캡처


'AI는 무엇인가?'라는 시대의 질문을 무겁게 논의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쾌하게 '놀아보자'는 제안으로 바꿔 놓는다. 전시를 구성하는 설치물과 체험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AI의 원리와 한계를 보여줬다. 관람객은 AI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결과를 내놓는지를 몸으로 체험한다.


전시 섹션은 6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한 섹션이 이번 AI 특별전으로 꾸며져 있었다. AI 섹션에 들어서니 AI의 기초 작동 원리, 즉 데이터 기반 추론과 확률적 판단을 전달했다.


AI 섹션 초입에서 경험한 자율주행 차량의 시점 체험은 기술 시연만이 아닌 '데이터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는 감각을 체험하게 했다. 관람객은 자신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신체가 더 이상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료화된 객체'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의 객체가 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는 'Simple Rules, Complex Results'라는 제목을 가진 인터랙티브 설치였다. 이름 그대로, 관람객은 단 세 개의 노브(knob)를 돌리며 AI가 만들어내는 패턴의 변화를 직접 조작할 수 있었다.


화면 속에는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유려하게 움직이는 점과 선이 있었고, 그 움직임은 내가 손으로 조절하는 노브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진화했다.


이 체험은 시각적 조작만을 담은 게 아니라, AI의 작동 원리를 '몸으로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복잡한 코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AI가 단순한 알고리즘에서 어떻게 다채롭고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생성하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줌의 규칙이 세계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연현상을 축소한 듯한 감각이었다.




Learning & Training 섹션의 AI 특별전 전시관

사진 제공 : 이은준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점은, 그 움직임이 기계적인 게 아니라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선의 반복처럼 보이던 움직임이, 점점 더 복잡한 곡선을 그리며 자연 속 군무처럼 펼쳐졌다.


이후 어느 순간에는 마치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 떼나 바닷속 플랑크톤의 군집처럼 느껴졌다. AI가 만들어낸 움직임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자연을, 생명성을, 그리고 조율자의 감각을 느꼈다.


이 설치물은 복잡계 이론(complexity theory)을 시각적으로 번역해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단순한 규칙에서 예측 불가능한 복잡성이 발생한다'는 원리는 AI뿐 아니라 자연, 사회, 인간의 사고방식에도 깊이 연결된다.


전시는 바로 그 복잡성의 철학을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조작하고, 눈으로 감상하며,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또한 이 체험은 AI와 인간의 협업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AI는 수많은 가능성을 내재한 '엔진'이지만, 그 방향과 리듬은 관람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 마치 작곡가와 연주자처럼, AI와 인간은 이 설치물 안에서 창조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공동 구성한다.


이는 시각 예술을 넘어, AI 시대의 창작은 '통제'가 아니라 '조율'이라는 새로운 역할로 인간을 재정의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Play with AI' 전시장 기획 배너

사진 제공 : 이은준


이번 전시는 우리가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시적이고도 체험적인 여정이었다. 아주 단순한 개입으로 아주 다양한 결과가 펼쳐지는 이 장치는, 우리가 모두 AI 시대의 창작자이며 동시에 관찰자임을 깨닫게 만든다.


패턴과 확률을 그림자로 체험하는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관람객이 만드는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무엇을 연상시키는지를 AI가 추론하는 전시는 인지과학적 사고 모델을 재미있게 체화시켰다. 인간은 수많은 맥락과 경험, 문화적 배경을 통해 대상을 해석하지만, AI는 전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적 유사성을 통해 판단한다.


이 차이는, 가끔 어이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바로 그 실수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더 잘 보여준다.


인간은 때때로 빠르게, 하지만 맥락에 근거한 사고를 한다. 반면 AI는 방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연산한다. 전시의 이 코너는 그러한 인지적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인상적인 교육적 장치다.


다른 흥미로웠던 전시는, 동물 맞추기 'Guess the Animal' 체험이었다. 컴퓨터가 동물 하나를 키워드로 지정해 놓고 체험자가 무작위의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가 AI에게 키워드와 얼마나 가까운 확률의 단어인지 퍼센트로 보여준다.


체험자는 각 단어의 퍼센트를 보고 AI가 지정해놓은 동물을 맞추는 게임도 있었다. 이 체험 코너에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이 동물을 유추하고자 협력하는 과정 역시 재미있었다.




'Simple Rules, Comples Results'

AI가 구성한 패턴을 조정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설치물(사진 제공 : 이은준)


다음 공간에서는 AI와 인간이 대결하는 게임 형식의 체험 공간이 있었다.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인간이 더 잘 맞추는지, AI가 더 잘 맞추는지에 대한 퀴즈 체험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게임을 하면서 AI를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투지가 불타오른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전시장에서 처음 본 사람끼리 열을 내며 투지를 불타오르게 한 것이다.


AI와의 대결 형식으로 구성된 게임은, 인간의 경쟁심과 협업 욕망을 자극한다. 낯선 관람객이 그림 퀴즈 하나에 열을 올리며 AI를 '이기려' 든다.


이 장면은 놀이 이상의, 인간이 기술과 관계 맺는 방식, 즉 '인지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상기시켰다.


이와 같은 게임적 체험 구성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효과적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감정의 몰입을 통해 학습과 사유를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아트와 정보디자인 분야에서 '감각 기반 몰입 경험'을 얼마나 설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잘 조율된 인터페이스의 예라 할 수 있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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